14 : 47 (20 / 4/ 2006) 목요일에 있었던 이야기
3시 30분에 시험이 있는 터라 시험 교실 옆에서 공부한답시고 깨작깨작 거리고 있었는데, 갑자기 신호가 왔다.
'이거 신호가 슬슬 오는군..'
원래 어느정도 참다가 변을 보면 너무 시원해서 (-_-;) 배가 좀더 더부륵 해질 때까지 기다렸다가 갈 속셈이었다. 몇분이나 지났을까 드디어 신호가 오기 시작했다. 아~ 신호가 왔다 화장실 궈궈~
번개처럼 일어나서 화장실로 들어갔다. 그리고 열려있는 화장실 문을 찾아보고 바로 들어갔다. 들어가고 나서의 첫 감상.
'어라, 화장실이 왜이리 깨끗해졌나. 침도 안 뱉어 놓고, 담뱃재도 없고, 어라 신문에 낙서도 없네~' 뭔가 깨끗했다. 드디어 우리학교 학생들도 담배도 안피고, 침도 안뱃고, 낙서도 안하는 구나.. 라는 생각에 흐뭇해 했다.
볼일을 다 보고 나서 일어나서 문고리를 잡는순간 갑자기 '또깍또깍' 소리가 들려왔다. 갑자기 불길한 예감히 머릿속을 스치고 지나갔다. 내가 예전에 들었을 때 개념없는 돌아이라고 생각했던 그 사람이 바로 내가 되는 건 아닐까.. 라는 생각이 나면서 불길한 생각이 스멀스멀 올라왔다.
'아니겠지, 변태적인 취향의 남자이거나, 여자가 실수했거나, 남자 구두에서 그런 소리가 날....리는 없는데..'
이마에 약간의 땀이 차기 시작한다. 뭔가 불길함을 몸에서도 느끼기 시작했나보다. 그리고 옆 사람이 볼일을 보고 나가는 소리가 들린다. '나가자' 손을 문에 대는 순간 바로 들려오는 그녀들의 대화..
"뭐라뭐라~~ 블라블라~~ 꺄하하 ~"
"뭐라뭐라~~ 블라블라~~ 꺄하하 ~"* (* = conjugate dialog)
하는 수 없이 그들이 손을 씻고 나가기를 기다렸다. '이 사람들 꽤나 대화를 오래하시는 분들이구나~'
내가 틀렸나 다시 확인해보고픈 생각이 들어서 문틈으로 남자 소변기를 확인했다. 없다. 이제 물증이 두개로 늘었다.
'어떻게 하지.. 곧 시험인데.. 나가야 하는데... 어쩌지..'
도대체 방법이 생각나지 않기에 친구에게 문자를 보냈다.
:: 문자 전문 ::
나 여자화장실에 들어가서 나갈 수가 없어, 어떻게 하지;;;;
아 이 친구넘이 문자를 안 보내 준다. 문자를 기다리며 하염없이 시간을 보내는 데 그녀들의 목소리가 멀어진다. 좋다 기회다! 나가자. 그 순간 또 발자국과 함께 두명의 목소리. 탈출은 실패했다. 문을 잡고 그대로 기다리는 수 밖에 없었다.
그냥 나가서 '앗 여기 남자화장실 아녔어요? 헉 죄송합니다.' 라고 말하면 될 것이 아닌가. 그렇지만 그런 말을 하면서 화장실에서 나오기엔 전에 도서관에서의 99학번 몰카맨의 최후가 떠오르는 바람에 차마 할 수가 없었다.
그렇게 기다리기를 20분.. 어느정도 정리가 됐는지 드디어 조용하다. 문을 열고 탈출. 던전의 입구를 나서는 순간 나를 보는 한 남학생의 눈초리가 이상하다. 하지만 어떤가 20분간의 던전에서의 탈출을 끝마친 나로서는 더할수 없는 생존의 기쁨만이 남아있었다.